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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23 김성근 인터뷰 일본 재벌 한국사회 비판 파울볼 좌파



김성근은 이렇게 말했다.

김성근은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실어달라고 했다. 당연히 그대로 실었다.


= Photographs By Arnold Park. =

Q퇴임 이후 주로 일본에 계셨습니다. 한국보다 일본이 더 편하세요?

뭐, 일본이니까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적어서 편하게 행동할 수 있고, 그리고 이게 시초가 될지 영원히 이렇게 될지는 몰라도 한국에 대한 불신이 생겼어요. 그게 큰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진실 자체가 소멸해서분사되는 나라야. 요새 매스컴 관게자한테 이야기하지만, 자유당시절, 군사 정권 시절 그렇게 언론의 자주를 원헀던 사람들이 이제는 언론이기를 포기하니까. 이런게 한국 사회구나 새삼스럼게 느끼니까 짜증스러워요. 우리나라가재벌 사회라 힘있는 사람한테 평민들이 굴복하고 힘을 못 써요. 이러니까 화가 난다고. 일본 가면 뭐 전부 똑 같은 위치니까. 이 나라의 앞으로의 미래라던지야구계라든지 내가 해임한 이후를 놓고 볼 때 참 답답해.

Q하필 답답한 한국에서 뵙네요.

그쪽에 늘 있는건 아니니까.또 며칠 있다 나갈 예정이에요. 친구들 보러 왔다 갔다 하는 거죠. 마음의 갈등이라고 하나? 그걸 소위 말해서 커버하기 위해서 가는 거에요.우리 사회는 큰 조직이개인을 쉽게 죽여요. 그거에 대한 죄의식이나 반성이라곤 없는 사회에요.그렇잖아요? 지금 여기만 하더라도, 성수대교사고 때 난리가 났었는데, 성수대교에 대해 아직까지 뭔가 갖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어? 없잖아요.

Q감독님이 현직에 계실 땐 늘 싸우셨잖아요. 그때는 바꿀 수 있다고믿으셨던 것 아닌가요?

나는 트라이 많이 했어요. 싸움도 많이 하고. 인정해달라는 생각은 하나도 없지만, 내가 세상 흐름에 1:99 1:100 으로 맞서는 것 같았아요. 하나의 올바른 물이나오면 거기에서 물이 정화되야 할 텐데 안 됐어요. 답답하지.                       

Q혼자서는 버거운 싸움이었죠.

버겁다기보다 내 뜻대로 하고 싶은 말 하고 행동했지만. 매스컴이라든지이런데서 주위에서 같이 움직여주지 않으니까. 지금처럼 다들 고정관념 속에 놀아나고 있으면 나라는 발전안 해요. 모든 사람이 발전 안 한다고. 흘러가고, 또 흘러가요. 나라가 발전했다지만 사람이 갖고 있는 기본자세는 똑같아요. 내가 개입하면 손해 본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정의를 위해 싸우는사람이 없는 것 같아.

Q해임 후 사람들이 구단에 분노를 표시하는 걸 보며 예전과 다르다고 느끼진 않으셨나요? 해고 과정이 불의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했잖아요.

사람들 하고 싶은 대로 한 거죠. 하지만 분노라는 것도, 아까 얘기한 대로 큰 부분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 거예요. 큰 부분은그대로에요. 나는 동조받고 싶지도 않고, 내 판단 아래 움직였어요. 분노는 별로 없어요. 단 하나, 어두운부분은 어느 세계나 많아요. 그런데,그런 것에 대한 기억이없잖아. 그냥 흘러간다고. 안타까워요. 나 혼자 해서 될 일도 아니고.

Q동조도 바라지 않으시다니요

팬들이 그렇게 해줬다는건 고맙죠. LG 그만둘 때, SK 그만둘 때. 고맙긴 하죠. 고맙긴한데 부담스럽죠. 분위기 자체가… 그 사람들이 움직인다는자체가 미안해요. 더 슬기롭게 했으면, 아주 스무스 하게끝났을텐데…                 

Q올 시즌 까지 하고 재계약하지 않겠단 결단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으시고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난모든 세상 살이를 자존심이라고 봐요. 자부심. 자부심이란건 얼마나 자기 일에 몰두했느냐의 문제에요. 적당히 한 사람은 자부심이 ㅇ벗다고. 그러면 해명 밖에 안나오는거에요. 나는 지도자로서도 그렇고 감독이나야구인으로서도 그렇고 전력 투구를 해왔어요. 그런 자부심이 있었어요.그게 무너졌으니까… 후회를 느껴본 적은 없어요. 단하나, 끝나보니까 “아,내가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감독하면서는 나이에무관심했는데, “내가 칠십이구나” 싶더라고. 이제부터 뭐 하나 싶은 그런 조바심은 아니고, 뒤돌아본다고 할까? 이제 현 주소를 찾은거 같아요.

Q야구만 생각하시던 분이 겨우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진짜 야구란 것 하나 속에 있었으니까. 생각도 행동도 단순했어요. 거꾸로 볼 때, 야구에 모든 걸 몰두하고 있었던 게 원인이고. 나와 보니까 세상일도 아는 게 없고, 친구도 없어졌어요. 칠심대의 외면당하는 느낌도 갖게되고. 그런 건 있지만 후회스러운건 없어요.

Q감독님은 스스로 강한 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난 뭐 강하진 않은데. 약한 사람인데. 인간은 다 약한거에요. 자기 뜻이 어디있느냐에 따라서 움직이는거지. 뜻이 희미한 사람이 약한거예요. 자기 뜻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서움직이는 거지. 뜻이 희미한사람이 약한거에요. 뜻이 있는사람은 성격도 강해요. 목적의식이 확고한 사람들이 강해요. 일해야되니까. 일할 땐 모든 걸 소외시키고 하나에 집중한다는 이야기지. 예를들어서 과거에 내가 구단과 사이가나쁘다는 얘기가 많았는데,감독으로서 갈 길이었으니까 그런거예요. 단지 인간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아요. 나도 칠십이잖아요. 어떻게 하면 나를 보호할 수 있는지 알아요. 그러나 그건 아닌거에요.

Q한국 사회는 융화, 협동, 양보같은 공동체 정신을 무척 강조하죠. 어떨 땐 일보다 그 정신이 우위에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한국적인 정신은 아니고. 세계적으로 다 마찬가지에요. 조직은 조직의 목적이 있어요. 거기에 따라 사람들이 행동하면 돼요. 그렇죠? 인간적으로 사이가 좋건 나쁘건 아무 상관 없어요. 조직이 가고자 하는 길로 모이면 돼요. 굳이 “사이좋게 지내자”는 건 난센스라고 봐요. 그렇게 할 필요 없어요.

Q한국사회에서 원만한 인간관계 만큼 중요한 미덕도 없죠.

나는 미팅 많이하는 조직은 실패라고 봐요. 왜 자꾸 강제로 모여요? 리더의 자위행위라고. 자기만족이에요.

Q조직속의 개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도 있죠.

개인이 알아서 해야돼요. 위에 얼굴 새기고 아부할 필요 없다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개인을 살리자.이런 말 많이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않아요. 기한이 3년이면3년 동안 놔두고 결과를 보면 돼요. 간섭하면 안된다고.그래야 맘 놓고 일을 하지. SK에서 한국시리즈 세번 우승하고 네번 나갔지만 시리즈 도중에미팅 한번도 안했어요. 미팅 할 시기가 있고 안할 시기가 잇어요. 매일하면사람이 짜증스럽고 위장하게 돼요. “무슨 말로 속이지? 어떻게넘어가지?” 이렇게 생각한다고.

Q 반면에 LG 트윈스 같은 경우엔 부진의 원인으로 선수들의 개인성 문제가곧장 지적됩니다.

개인적이라는 말 안에 자율 관리란 말이 있어요. 관리 속에 자율이, 자율 속에 권리가 있어요. 똑같은 말이에요. 개인주의의 원인을 따져보면 돼요.. 사람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돈 벌고 잘 살고 싶은 건 본능인거에요. 단 하나, 그 전에조직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돼요. 조직이 이득을 얻기 전에 내가 얻으려고 하니까 조직이 망하는 거지.

Q감독님이 선수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은 조직의 목표를 중시하는 태도인가요?

‘내가 아닌 우리’ 같은말을 누구나 하잖아요. 우리는 공동의 목표가 있는거라고. 그것만통일하면 돼요. 그 생각이 없을 때는 아무리 우승을 많이 했어도 그건 개인인거에요. 어떤 위기가 오면 모래알처럼 사라져버려요. 목적의식이 똑 같은 팀은위기가 왔을 때 더 단단해진다고. 그렇게 리더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게 만들어야 해요.

Q그게 감독의 힘일까요?

그게 감독이지.

Q좋은 선수의 자질과 좋은 감독의 자질은 어떻게 다른가요?

감독이나 선수나 인내력이 있이어야 해요. 얼마큼 버티느냐 얼마큼 끈질기냐. 이런 모든 부분이 인내에요. 다음에는 재생능력을 갖고 있느냐. 그리고 적응력이 있느냐. 적응력이라고 하는 건 위기든 뭐든 대처능력이 있느냐는 거예요. 이런게 제일 중요한거 아니에요?

Q개개인의 목표가 누가 바꾸라고 한다고 쉽게 바뀌진 않을 겁니다. 선수들이어떻게 공동의 목표를 공유할 수 있을까요?

일단 하나의 목표를 적게 해요. ‘너 개인 목표가 뭐야? 팀으론 뭐야? 우승이다. 우승하기위해서 뭐 할래?” 적게 한다고.약속이니까. 어느 팀에 가도 그 이야기를 해요. “야구는 너한테 뭐냐?” 고 물으면 “전부다.” “생명이다” 그런다고. 그렇다면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 어떻게 해왔는지물어봐요. 그리고 네가 어떤 목표를 갖고 이 캠프에 왔는지 물어봐요.그리고 적죠. 세뇌교육이에요. 이를 테면.

Q다른 팀이라고 그런 과정이 없을까 싶긴 합니다.

3개월 세뇌교육을 해요. 그럼사람바뀌어요. 말은 누구나 해요. 3개월 하면 의식도 바뀌고안된다고 했던 것도 된다고. 그리고 내가 간 팀은 연습이 많아요. 생과사를 헤매는 수준이에요. 그러다 보면 선수들이 아쉬움을가져요. 프로페셔널은시작이 아쉬움이에요.아쉬움이 없는 아이들은 전력투구를 안해요. 아쉬움이없으면 해명과 변명뿐이에요. 전력투구를 하는 놈은 오로지 아쉬움 밖에 없어요. 남한테 지는아쉬움 말고, 스스로 아쉽고, 팀에 아쉬워요. 연습 많이 하는 건 기량도 기량이지만 정신을 조직안에 넣어버리는 거에요. 그래야 강해져요.

Q감독의 목표는 분명 우승이지만, 선수 입장에선 확실한 출전 기회를보장받고, 좀 더 좋은 개인성적을 내서 연봉을 올려 받는 일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구단 입장에선 많은 관중을 유치하는게 우승보다 먼저일 수도 있고요.

내가 일한 팀에서 연봉 안 올라가는 선수 없어요. 이기니까 연봉 올라가는거에요. 감독은 부모하고 똑같아요. 아이들이 유복하고 행복하게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감독의 의무에요. 그래서 감독이 힘들어요.이런 의식 갖고 있지 않은 감독 많아요. 리더라고 하는 건 항상 그런 생각을 해야돼요. “얘네들 밥 먹게 해줘야지,연봉 받게 해줘야지.’ 복합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단순하게 이기자는 게 아니라 이기니까이렇다는 걸 선수들에게 자꾸 인식시켜나가야돼.

Q감독님이 생각하는 인간의자질도,감독님이 생각하는 선수나 감독의 자질과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에서 제일 나쁜 건 일하기도 전에 해명부터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시작하기전에 먼저 생각한다고. 부딪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비로소 뭔가를 느끼는 사람들은 자꾸 돌파해요. 시작하기 전에 문제점부터 생각하면 겁이 나서 안해요. 예를들어 8천미터 높이의 산이 잇어요., 위험하거든. 일반 사람은 못 올라가. 그런데산악인들은 거길 가려 한다고. 거기에 죽음이 있는데 가서 부닥치고, 부닥치고 해요. 인생이란 것은 시행착오가 많은 사람들이 성공해요. 시행착오는 용기가있는 사람들이 겪어요. 트라이 하는 사람. 부닥칠 때마다고민하고, 또 가고 또 가고 하는거에요 선수나 인간이나 마찬가지에요.처음부터 ‘이 선수 이만큼 연습 시키면 쓰러지겠다’ 싶으면연습 못하는 거에요. 그런데 다 해놓고 보면 그만한 능력을 인간이 갖고 있어요. 시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지. 판단하기 전까지는 깊어야 되고길어야 돼요. 그렇지만 결단은 빨라야 해요. 그리고 결단을내리면 뒤돌아보면 안돼요. 사막에 왔는데 뒤돌아보면 어디로 가려고요?갈 데 없어요. 오로지 그 길을 가야죠. 그게인생이에요.

Q감독님은 지금 사막에 계신가요?

해임된 시점부터 다시 사막을 해매고 있어요. SK에서 5년 지내는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억울한 점도 있었지만 사생활 문제 아닌가 싶고. 이제부터어떻게 움직이고 성장할까의 문제지.

Q작년부터 지금까지 새로 부임한 감독들의 나이가 상당히 어립니다. 주변에서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요.

야구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 중에 우수한 사람 많아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제일 무시받는게 경험이에요. 경험이란 게  얼마나 어마어마 한건데. 우리나라는 경험을 무시해요. 나이만 먹으면 소외시키고 젊은사람. 젊은사람…

Q결정권자 입장에서, 경험 많은 감독은 다루기 어렵기 때문일까요?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에요. 문제 의식도 많고요.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걸 극복하고 해결해나가야하는데. 안 하고 새로운걸 찾아요. 새로운 거엔 또 새로운문제점이 있어요. 이걸 잘 모르더라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기 때문에 방법을 많이 알아요. 젊은 사람들은 하나밖에 없어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고. 야구라고 치면, 이기고 지고는 해요. 그렇지만 우리나라 야구 전체를 보고 야구계의미래를 보느냐? 안봐요. 전부 개인 밖에 생각 안해요.

Q감독님이 그리는 한국 야구의 미래는 어떤가요?

메이저리그에 우리 팀 하나가 가는 거에요. 그리고 월드시리즈 하는거. 아시아에서 일본이나 우리가 메이저리그에 가야 해요. 팀 하나 만들어서미국 가면 된다고. 그런 생각을 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실행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게 발전이에요. 고정 관념 속에서 놀면 사람이 발전이 없어요. 콜럼버스가 미국 대륙에가는 거랑 마찬가지에요. 상식 속에서 누가 그런 짓을 하곘냐고. 죽음하고직면하면서 간 거 아니에요. 우리가 메이저리그 팀과 같이 야구한다는 건 누가 봐도 우스운 얘기에요. 그런데 과거에 위인이라고 하는 건 전부 미친 사람들이에요.

Q SK 감독으로 계실 때도 그런 비전을 공유할 만한 사람은 없었을 것같은데요?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에겐 앞이 없어요. 나는 배고팠어요. 그러니까 언제든지내가 문제의 도마에 올라가 있었죠. 나무라고 하는건 줄기랑 잎이 아무리 커도 뿌리가 튼튼하지 않으면 바람 한 번 불면 쓰러지는 거에요.대나무는뿌리가깊어요. 대나무는 절대로 안 뽑혀요. 그런게 야구에필요한거에요. 우리나라야구 관중이 육백만, 칠백만이라고 얘기하는데그런 문제가아니에요. 좋기는 좋지.그런데 이 야구가 어디로가야 하나 생각했을 때 그걸로 만족하는 건 난센스 아니냐고. 우물 안개구리가 생각하는 거라고.

Q야구단을 예로 든다면, 감독이 뿌리 역할을 하는 건가요?

감독은 당연한거고. 야구인 전체가 그 속에 들어가 있어야 돼요. 감독 혼자 한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선수들도 그런 생각 속에 있어야돼요. 그래야 기술이 발전해요. 이겼다. 우승했다 그런 건 조그만 일이에요. 그 기술이 세계에서 통하느냐, 안 통하느냐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해요.

Q그 과정에서 감독의 역할을 어떤건가요?

할 일을 말하자면, 우선 조직과 조직에 속한 사람들의 욕망이 있고꿈이 있을 거란말이에요. 그꿈이 이루어지게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에요.거기엔 여러 방법이 있어요. 권리라기보다 끌고 가야 할 의무가 있느냐, 그게 권리에요. 그 안에서 방법을 어떻게 택할ㄹ 것인지 결정하는게감독의 권리죠.

Q요즘 감독들 중엔 그런 권리를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장이나 프런트나 야구 모르는 사람들이 2-3년 야구 봤다고 다 아는거아니에요. 뿌리는 몰라요. 예를 들어 우리 팀 투수들은 마운드에올라가면 전력투구해요. 그리고 얻어맞든 잘했든 후회없이 내려오는 거에요. 회사에서 윗사람들 기분 맞추고. 눈치보고 시키는 대로 하고 그러면결국 자기가 옷 벗고 나올 때 후회한다고. 다 맞춰줬는데도 해고되면 한이 맺혀요. 내가 하고 싶은거 다 하고 끝내면 한이 하나도 안 맺힌다니까? 내가했거든.하고 싶은 대로. 그렇게하려면 언제든 모가지를내놓아야돼요. 그래야 진실 속에서 일하지.요즘 안 그런 리더들이많아요. 감독이 그렇게 못 하면 선수들도 그렇게 살아버린ㄱ다고. 프로야구초창기엔 그래도 프런트보단 현장이 셌어요. 중간부터 점점 프런트가 세졌는데.내가 다시 바꿨어요. 그런데 이제 다시 옛날로 돌아간거에요. 야구는 야구인들이 하는거에요. 프런트는 서포트만 하면 되는데, 서포트 해야 할 사람들이 권력을 가져요. 걱정이 많아요.

Q다시 감독 제의를 받으신다면, 여전히 가장 중요한 건 ‘감독의 권리’ 인가요?

돈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원하죠. 내가 있을땐 선수들 치료 때문에일본 보내야 된다 하면 당장 보냈어요. 결재 안 받았다고. 결재는 나중 문제지. 보내라 하면 끝이에요. 그렇게 하는 감독이 나밖에 없었어요. 선수 보호는 야구인으로서 본능적인거에요. 선수 치료비로 SK는 1년에 한 8천, 9천썼다고. 다른 팀은 1,2천도 안썼어요.

Q 팀의 롱런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계셨던 걸로 압니다. 해임후 가토 투수코치가 바로 그만두지 않은 건 감독님이 올해까지라도 투수진을 잘 돌봐달라는 부탁을 헀기 때문이란 얘기가 있었는데요.

본인들 생각이지. 가토도 그만두려고 헀는데. 구단에서 말렸어요. “내가 나가니까너도 나가라, 내가 나가도 넌 남아라” 난 이런 얘기 안 해요. SK에 내년쯤 문제가 올 거란 건 계산하고 있었어요. 고효준이 군대가야되고, 송은범이 수술해야하고, 엄정욱도 안 좋고 이영욱 윤희상같이 어느 팀을 가도 시즌 도중에 왔다갔다 해야할 젊은 투수들을 내가 다 가르쳤어요. 그렇게 준비시킨선수들이 포스트시즌, 시즌 후반에 두각을 나타냈어요. 조금빠르긴 빨랐어. 내년에 쓰려고 했던건데. SK는 5년 동안 이런 일을 계속 했어요. 그래서 외부에서 우리 전력이 강하다고봤어요. 전력이 아니라 준비가 단단한 게예요. 준비가 단단하다는건 위기가 오더라도 ‘위’자 정도에서 끝내는 거에요. 위’기’ 까지 가본 적이없다고. 미리 선수들 병원 보내, 보험으로 건강체크해, 고쳐… 이런게 다 돼 있으니까.2군 선수들내가 불러서 직접 가르쳐요. 코치고 뭐고 무시하고 일대일로. 그 과정에서 새로 발굴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내가 다른 데 감독으로가더라도 이건 내 권한이니까, 그렇게 할 꺼에요.

Q2009년 한국시리즈 이후 부터였을까요? 야구팬들이 감독님의 야구를 서서히 받아들이고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명예롭지 못한 퇴장이 더 안타깝습니다.

명예롭다는게 뭘 얘기하는 지 모르겠는데, 제일 중요한 건 자기 마음아니에요? 자부심이 남아 있냐 마냐의 문제지. 이미 프라이드를건드려놨는데. 우승해도 재미없다고 말한 사장하고 1년 참으면서일했어요. 그렇게 말해놓고 한 달도 안 돼서 우승해달라 그랬어요. 말이틀린 사람이에요. 이랬다저랬다 하는걸 5년 동안 참았어요. 그 이상은 나도 안되지. 또 나 감독 위임하는 걸 이만수에게 양해를받아야겠다고 했어요. 이거는 날 어마어마하게 무시한 거라고. 어마어마하게. 말 실수라 해도 한없이 실수한거죠. 나가라는 거랑 똑 같은 말이에요.그 순간에 이만수 시키시라 헀다고. 이만수 시키라고.

Q우승하셨을 때,그리고 종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독님은 구단 스태프나신영철 사장, 민경삼 단장에 대한 감사를 표했습니다.요구한걸 거의 다 들어줬다는 유의 얘기를 하셨지요. 그간 감독과 프론트 사이의 모범적인 관계로 비춰지곤 했는데. 구단의 단호한 경질이 의외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잘해줬다고 해야지. 그런데기준이 뭐냐를 따져야 해요. 구단이 잘해줬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라고.우리가 얼마나 연습했는데. 어느 팀이건 정상에 오르는 게 쉬운 게 아니라고. 물론 아까 얘기했듯이 내 한마디에 선수 치료 보내고 이런건 고맙죠. 정식으로결재받고 하려면 한참 걸려요. 너무 비싸다. 안 비싸다. 보내라,. 말라. 그런거난 싫거든. 고마웠다고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해준거. 대신우리도결과를 보여줬어요. 그러면 똔똔이죠. 내가 비난받고 할 문제는아닌거야. 캠프 많이 차리고 뭐했다 하지만. FA 선수 한명도 안 잡았다고. 그런 상황에서 결과를 냈어요. 구단이어느 정도는 고마운 줄 알아야 돼요. 심하게 얘기하면 훈련비, 치료비로생색 내는건 거지 같은 생각이란 거에요.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결과로 우승했잖아요. FA 이진영만 잡았어도 40억이에요. 그것도 안 썼는데.

Q재계약과 관련된 구단과 감독님의 갈등은 미디어를 통해 괜히 증폭된 면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계약 문제는 분명히 해놓지만. 내가 구단 홍보팀 직원을 불렀어요. 신문에 안 나오게 하라고.팬들하고 메스컴 사이에 나를 끼우지 말라고. 사람이 비참하잖아요. 계약 안 해도 구단은 자를 권리가 있고, 제의가 들어와도 나는 거절할 권리가 있어요. 가만히 있다가 시즌끝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간단한 문제였다고. 그런데그게 옆에서 시끄러워졌어요. 뭐, 나는 신경 안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만수한테 양해를 받아야 한다” 이런 말이 나가서 기분이 나빴지. 차라리 말을 말지.

Q이만수 감독이 “감독님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 많이 보도됐습니다. 왜 받지 않으셨나요?

내가 여기 메일 보낸 거 보여줄까? 교회인이 왜 거짓말하냐 그랬다고. 교회 가서 하나님한테 사죄하라 그랬다고.

Q전화가 오지 않았나요?

이만수가 수차례 했다고 헀죠. 그런데전화란 것도 타이밍이 있는 거야. 지금 같으면 “감독님, 정식으로감독 취임했습니다.” 같은 전화가 올 타이밍이야. 내가 그만뒀을 때, 해임 됐을 때. 이만수한테 구단에서 연락이갔을때, 그때 전화가 와야 하는거에요. “감독님, 대행 이야기가 들어왔는데 어떻게하면 되겠습니까?”그거 안 왔다고. 그리고 바로 기자회견하고 그 다음날에 시합했어요. 그 떄도 전화안왔어요. 세번의 타이밍을 놓쳤죠. 그게 도리 아니야? 그것도 모르는 아이인데. 그 다음에전화해봐야 뭐해. 어느 여자 기자가 나한테 전화 왔냐고 물어봤어요. 전화 안 왔다고하니까 가서 왜 감독한테 전화 안하냐고 한거에요. 그 때 만수가 전화했어요. 첫 시합 끝나고. 안 받았지. 이미받을 타이밍도 아닌데 뭐. 예의 벗어난 놈 전화를 왜 받아. 두번 정도 전화 왔어요. 그걸로 끝이었다고. 그런데 수차례전화했다 그러고…

Q한국시리즈 끝난이후에도 전화가 안 왔나요?

안 왔어. 내가 메일을 보내니까 전화 왔더라고. 안 받았지. 메일 문제가 아니야.와야 할 때 와야지. 누구를 비방하고 싶진 않지만 이만수 그놈은 아니니까. 바깥에서 자꾸 신경에 거슬리는 말을 하더라고.

Q포스트 시즌 경기는 보셨나요?

한국 시리즈 5차전만 봤어요. 보기도싫었고.

Q아예 완강하게 안 보셨거나, 그래도5년동안 지도했던 선수들의경기니 모두 챙겨보셨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습관이 참 무서운게, 야구 안 보고 스포츠 신문 안 봤어요. 그러니까 참 좋더라고. 볼 필요도 없고.

Q왜 하필 5차전이었나요?

마지막이겠다 싶어서 본거야. 그 날 질줄 알았다고.

Q올해 포스트시즌은 감독의 경기운영이나 지략이 돋보이기보다 선수들의 힘에 의해 승부가 결판난것 처럼 보였습니다. 변수가 거의 없었지요.

훈수꾼이 장기판을 더 잘 보듯이. 밖에서는 문제가 많이 보여요. 내가 했을 때도 그런 실수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당사자들이 제일잘 아는 문제니까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평가할 문제는 아니에요.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렇게 했을지도모르고. 그래도 좀 아쉬움이 남긴 해요.

Q그래도 네 팀 중 포스트시즌에 걸맞은 전력 이상의 경기를 펼친건 SK가아니었나 싶습니다.이미 감독님과 함께 수차례 포스트시즌을 거치며 단련된 ‘버릇’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준플옵에서탈락할 거란 전망을 뒤집고 2위를 차지했는데, 이정도 성적을거둘 수 있을거라 예상하셨나요?

SK는 절대 4강 탈락이없어요. SK는 1위할 기회가 있었다고. 9월에 치고 올라갈 기회가 있었다고. 물이 흘러가고 있을 때 길을하나 내면 그리로 확 가요. 승부라는 건 흐름을 어디서 찾느냐의 문제에요.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내고 어떻게 가느냐. 그런 시점이 많이 있었어요. 뭐 그런건 내가 말할 처지도 아니고. 나는 우승할, 1등할 생각이 있었어요. 삼성 잡을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Q며칠 전에 올 시즌 과도한 마무리 훈련 경향이 없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SK가 그렇게 안 하니까 다른 데서도 그렇게 안한다는 분석과 함께였지요.감독님의투수 운용도 이제 모든 팀들이 당연시 여길 만큼 일반화됐습니다. 감독님이 개척한 길이 공통의 기준이되어가고 있는데, 물러나신 후 그런 흐름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야구가 재미없어졌다는 사람이많아요. 내가 공공의 적이었는데,. 내가 없어지니까 재미 없다고. 뭔가를 똑같이 하는 건 자기가 없는거에요. 새로운 길은 길이 나지 않은 쪽으로 걸어가면서 만드는 게예요.길이 있는 길로 걷는 건 흉내에요. 올해 그런 걸 많이 봤어요. ‘SK가 이만큼 하니까 우리도 이만큼 했다.” 같은 발언 많이 봤어요. 그런데 왜 그리로 갔는지 껍데기만 알지. 그 심정까지 아느냐 이거죠. SK는 연습을 많이 해야 되니까 한 것 뿐이지 일부러 연습 많이 시켰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고. 연습이 필요하고 팀웍을 만들어야 되면 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안하는 거예요. 투수 많이 바꾼다… 많이 바꿔요.그런데왜 바꿨는지는 다 아나요? 9회까지 한 게임, 그 다음의 세네 게임까지 보면서 하고 있냐는 거에요. 바꾼 것만보이지 그런 건 알수 없죠.

Q‘김성근’이기 때문에 당연한것도 인정받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비난 위에 버티려고 하는게 제일 중요한 거에요. 굴복하지 않고 이기려고해야돼요. 내가 하는 야구가 이기니까 사람들이 얄미운거야. 아무것도아는 놈한테 지니까 열받는 거에요. 이승엽, 양준혁 있던옛날 삼성한테 지면, 져도 한이 없었어요. 도저히 실력 싸움이안되니까. SK는 아니었다고. 멤버 보니까 별거 아닌데 하다보니까 지고 있거든. 딴 팀들이 약오르죠. SK는 그 위에서버텼다고. 버티니까 더 얄미운거지.

Q삼성 같은 경우엔 선수를 돈으로 사 모은다는 비난에 시달렸을 때, 구단스스로 더 이상 선수를 사지 않고 몸을 낮췄습니다. SK는 비난 받으면서도 똑 같은 방식을 지켜왔지요.

구단이 그 비난을 못 견뎠다고. 그게 불쾌해.우리를 같이 감싸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겨도 욕먹고 져도 욕먹어요. 그러면이겨서 욕 먹는게 낫지. 그런 비난에 신경 쓰고 있는건 약한거에요. 그런게 구단에 가장 섭섭했다면 섭섭했던 부분이에요. 기업이라고 하는 건 그런게 아니잖아. 결과를 남겨야 하는 거잖아요. 기업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하는데,야구에 대해서만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건 이상한 거죠. 이건 좀 확대된이야기지만 기업가들이 남의 정보 훔치는 건 얼마나 지저분해요. 산업 스파이 많잖아요. 우리가 야구를 그렇게 했나? 다 룰 안에서 한 건데. 그게 왜 비난 받아야 하냐고. 룰에 어긋나는 짓은 안 했어요.

Q지난해와 올해 2년에 걸쳐 여섯 명의 감독이 교체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부진한 성적도 아니었고요. 어쨌든 책음은 모두감독이 져야 하는걸까요?

미국이나 일본은 GM이 있다고. 같이가야 돼요. 예를 들어서 선수는 GM이 채운단 말이야. 그러면 데려오는 GM도 책임이 있다고. 우리나라는 좋은건 프론트가 갖고 가고 나쁜건 현장이 갖고 가요. 그러니까나쁜 것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고 좋을 때는 프런트가 가져가지. 감독에 대한 평가를 너무 우습게 하지않나 싶어. 아까 얘기했든 사람 바꿨다고 능사가 아니에요. 다결점이 있고 문제가 있어요. 왜 졌는지 파악하고, 선수 보강을해줘야겠구나. 하는 팀은 하나도 없다고. 일단 무조건 잘라버려요. 육백만 칠백만 관중. 이거 망하는 징조에요. 나쁜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많다고. 그렇다고 감독 대우가 아주좋은 것도 아니에요. 왜 야구 감독에게 4억 5억 주는게 너무 많다는 얘기가 나오느냐고요. 우리는 특수분야에요. 대한민국에 여덟명 밖에 없다고. 그 여덟명의 가치를 모른다 이얘기야. 그러니까 쉽게 잘라버리는 거야. 야구인들도 자세가 나빠요. 버텨야지.받아야지. 한사람이 받음으로써 전체 레벨이 올라가니까. 신인들 옛날에 3억, 4억 받았는데 지금은 다시 1억,1억 5천이야. 집사겠어요? 옛날엔 집 살수 있었다고. 야구 그만두면 뭐 해요? 전세도 들어갈까 말까 한 선수들이 많아. 이걸 어떻게 직시하느냐의문제예요. 자기들은 좋은 집에서 산단 말이야. 얼마나 평가절하시켜놓았냐고? 그런게 화가 난단 말이야.



Q감독은 무엇으로 평가받는 것이 정당할까요?

프런트는 견제만 하고,전권을 감독한테 맡기는 조직이 돼야지. 내 뜻이 그래요. 내 성격이 그러니까. 전권을 주고 3년이면 3년계약을 하고.목적 달성을 했느냐 못했느냐로 판단하면 돼요.2009년에 SK가 한국시리즈에서 투수 한 명 모자라서 기아한테 졌어요. 아니면이겼다고. 그런데 그 다음에 투수 보강 안 해줬어요. 프런트있으나 마나라고. 그랬다면 SK는 4연패, 5연패했을 거에요. 한국야구 역사에 남을 일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런건 생각 안하고 훈련비가 많다고 하잖아. 미국이나 일본에선 안 되면 당장 데려온다니까.

Q당신은 성공한 감독입니까?

아직 못한 게 많아요. 목표였던 아시아 재패도 그렇고. 감독으로서 만족스러운 시즌이 거의 없었다고. 아직도 야구를 배워야되고, 야구 속에 파묻혀서 돌아다녀야 돼요. 그래도 손아귀에안 들어오는게 야구야. 인생하고 똑같아. 가도 가도 끝이없어요. 84년 OB감독 했을 때 생각하면 나도 많이 성장했어요.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하면 더 잘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만족하지 않아요. 모자라구나 싶지.

Q은퇴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계신 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은퇴라고 생각 안 해요. 야구 때문에 대한민국에 왔고. 야구하면서 마지막 인생 끝내야지. 도중에 뭘 한다는 건 있을 수도없는거고. 해봤자 될 일도 아니고.

Q고문이나 기술위원, 단장 같은 행정직을 생각해보진 않으셨나요?

행정 쪽을 들어갈 인물은 아닌거 같아. 나 스스로도 알지.나는 현장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지 거기 들어가서 머리 굴리고 그럴 능력은 없어요. 사람 만나서 뭐 하고 그런 것도 못하고. 볼만 쫓아다니고 있으면돼요.










프레시안

김성근 "SK 이미지를 망친 건 내가 아니었다"

기사입력 2012-06-22 07:55 |최종수정 2012-06-22 11:10 기사원문보기


[인터뷰] 김성근의 12번째 '해고'에 감춰진 이야기

 [프레시안 김은식 작가]

 *< 해태 타이거스와 김대중>, <롯데 자이언츠 때문에 산다>, <야구의 추억> 등을 쓰고 미 프로야구(MLB)의 전설적인 타자 테드 윌리엄스의 <타격의 과학>을 번역해 야구팬들에게 잘 알려진 김은식 작가가 지난해 SK 와이번스 감독직에서 물러나 현재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과의 인터뷰를 <프레시안>에 보내왔습니다. 김 감독은 인터뷰에서 지난해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 대해 과감하게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김 감독과의 대화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김은식 작가의 의도를 존중해 인터뷰 원문 전체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깨끗한 야구'를 망친 것은 '그들'이었다.

지 난 6월 12일, 고양 원더스의 홈구장이기도 한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김성근 감독을 만났다. 그 날 오후 1시부터 원더스와 송원대의 연습경기가 예정되어 있었고, 인터뷰가 시작된 것은 오전 10시30분경 부터였다. 점심식사 시간까지 감안하면, 많은 것을 묻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그래서 원더스에 관한 사안을 주로 묻기로 했다.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 그리고 지난 해 엄청난 소동 끝에 SK와 결별한 '야신' 김성근이 자리 잡은 새 팀이라는 점 때문에 원더스에 집중되었던 엄청난 관심은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개막되며 한풀 꺾였다. 하지만 원더스는 꾸준히 전진했고, 시즌 전 연습경기 때와 완전히 다른 개막전을, 개막전과 완전히 다른 6차전을, 그리고 6차전과 완전히 다른 13차전을 연출하고 있었다. 고양 원더스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팀이었고, 그 배경에는 역시 김성근이라는 인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즌 전, 고양 원더스에 배정된 48번의 퓨처스리그 교류경기에서 김성근 감독은 20승을 넘겨보겠노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던 그 날 까지 치러진 18경기에서 원더스는 6승 3무 9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불가능이라고 생각됐던 목표치를, 조금 버겁긴 하지만 '가능'의 영역으로 옮겨놓고 있는 실적. 그것에 대해 '야신'은 어떤 희망과 절망을 느끼고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인터뷰는 의도하지 못한 방향으로 접어든 뒤 폭주했다. 김성근 감독은 다소 격앙되어 있었고, 분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어느 만큼은 그 며칠 전 TV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을 향해 있었다. 무려 9시간이나 그를 앉혀놓고 대담 형식으로 촬영해 2회에 걸쳐 내보냈던 어느 공중파 방송의 특집 프로그램에서 그가 'SK와의 결별 과정'에 대해 토로했던 내용들이 깔끔하게 가위질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 방송을 본 김 감독은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고 했다. 그의 면전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지면과 화면으로 '입장 곤란해질 이야기'를 올리기 주저하는 언론에 늘 느껴왔던 야속함이 그 방송을 계기로 폭발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필자가 그를 찾아간 날은 그 방송이 나온 이틀 뒤였고, 그가 홧술을 마신 다음 날이었다. 그래선지 그는 '너는 어디 들은 것들을 어떻게 쓰나 보자'라고 시험이라도 하듯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필자에게 폭탄을 던졌고, 그것을 삼켜 소화할 자신이 없는 필자는 그대로 세상을 향해 뱉어내기로 했다. 그래서 필자가 그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방식, 즉 김 감독과 나눈 대화의 내용을 시나리오처럼 그대로 써내려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여러분이 읽게 될 글이다. 물론 몇 번의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와 농담, 여담, 혹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것이 분명한 지엽말단의 구어(口語)를 조금씩 덜어냈긴 했다. 물론 또 다른 맥락에서는 의미가 없지 않을, 그 '못다 한 이야기'들 역시 다른 기회와 지면을 통해 세상에 알리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음은 김 감독과 필자가 나눈 대화의 대강이다. 진한 글씨체가 필자의 질문, 가는 글씨체가 김 감독의 답변이다.


썸네일
▲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박준수

올 해 목표가 20승이라고 하셨는데 지금 6승 … 달성 가능 할까요?

'가능할까'가 아니라 해야지. 6승 9패 3무. (손가락을 꼽아 보며) 18개 했으니까…이제 30게임 남았지?

개막전이라든가, TV 중계가 있는 경기라든가, 이목이 많이 모이는 경기 때는 선수들이 조금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더군요. 실책도 많아지고.

음… 긴장이라기보다는, 그게 실력이야. 긴장을 했으면 긴장을 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고, 에러(실책)를 했다고 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에러를 하지 않을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기본적인 것이 모자라니까 긴장을 하고 에러를 하는 거야.

지금도 코치들과 함께 식사를 안 하는 원칙은 계속 지키시는 건가요?

여기 와서는 코치하고 식사 한 두 번? (일본) 고치(高知) 캠프에서 한 번 하고…한국 들어와서 한 번도 없을 걸? 뭐 그러네, 지금은 한 적은 없네.

며칠 전에 두산의 정명원 코치를 만났는데, SK하고 붙어서 진 다음 날이었거든요. 붙은 느낌을 물으니까 농담 섞어서 'SK가 약해진 건 확실한데, 문제는 두산도 함께 약해진 것'이라고 하더군요.

허 허허…그게 정답이야. 선구자라고 하는 게 왜 선구자냐고. 선구자라는 말이 앞에서 뛰어가는 사람이라는 뜻이잖아? 선구(先驅)라고 하는 말의 뜻이 말이야. 선구자가 있으면서 뒤에 후발주자가 가는 거지. 그런데 지금은 선구자가 없다고, 올해 야구는. 그렇지? 그러니까 전혀 악센트(accent, 높낮이)가 없고. 야구 자체가 앞서 가는 것을 잡으려고 덤벼드는 건데, 지금은 잡을 게 없잖아. 가만있어도 내려오는데 구태여 힘들여서 올라갈 필요도 없고. 지금 (1위부터) 7위까지가 4게임, 5게임차로 가까이 있는 페넌트레이스(정규시즌)는 최악이지. 팬들의 야구 열정은 세계적인지 몰라도, 야구 수준은 낮아졌어.

요즘 프로야구를 보시면 어떤 안타까움 같은 것이 계실 듯합니다. 한국야구를 이끌어가던 패러다임이 극복되는 게 아니라 그냥 무너지고 소멸되는 것에 대한….

물론 있지. 긴장감이 없어. 쉽게 주고, 쉽게 뺏기고, 너무 쉽게 포기하고. 그게 연속이야.

혹시 그런 걸 느끼신, 두드러지는 장면 같은 게 있었나요?

매 순간 아니야? 매시간마다. 쉽게 가는 것 같아. 몰라, 내가 안에 안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어쩌면 나도 안에 있을 때 그런 시합을 했었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바깥에서 볼 때는 게임이 너무 쉽게 가. 역대 30년 프로야구에서 이렇게 에러가 많은 해는 없었던 것 같아. 그런데 그거 가지고 스릴이 있어서 좋다고 할 거냐는 거지.

나는 프로라면 실수를 수치스러워해야 한다고 봐. 생각 없이 야구하려면 2군에 있어야지 왜 1군에 있냐고. 그게 8백만, 9백만 관중 시대라는 것에 도취되어 있구나. 그런 건 아니잖아. 관중이 한명이라도 프로는 프로다운 야구해야지. 프로라고 하는 것은 최고의 기술을 보이는 게 프로인데, 그래서 돈 받는데, 안 그래? 아마추어하고는 다른 거야. 아마추어는 에러를 하면 애교라고. 하지만 프로는 에러를 하면 실력이야. 운동장이 나쁘면 나쁜데서 그걸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야지. 운동장 나쁘니까 에러한다는 건, 그건 타협이야. 아마추어나 하는 생각이야.

그 런데 그게 지금 야구라고. 그렇지? 에러났으니까 졌습니다. 운동장 땅이 나빠서 야구 못 하겠습니다. 이런 건 문제가 아니라고. 그라운드가 나쁘면 앞으로 뛰어나오면 될 거 아냐. 세 발, 두 발. 왜 발상을 안 바꾸느냐 이거야. 그러니까 야구가 긴장감이 없다고. 매력이 없어진다고, 야구 자체가. 내가 볼 때 그런 점이 떨어졌다는 얘기야. 베이스 하나를 호시탐탐 노리지 않는 놈들은 프로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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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터뷰 중 한 번도 보이지 않은 웃는 표정이, 그 순간 그의 얼굴에 피어올랐다. '허허, 그 녀석…' 민망한 구석이 있는 듯 눈과 입의 절반만 가지고 웃는 쑥스런 웃음이었지만, 혹시 내 아버지가 저런 웃음을 짓게 할 수 있다면, 어지간한 일이라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웃음이었다. 그리고 그 웃음을 뒤로 하고 감독실을 나서며, 마음이 무거웠다.

김성근 은 열두 번 '잘린'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열두 번의 패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리지 않기 위해' 야구를 해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겪었던 열두 번째 해고는 그에게 일종의 패배감을 안긴 듯하다. 그것은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용납하지 말아야 할 것을 용납하지 않는 일과, 누군가의 믿음과 사랑에 대해 책임지는 일이 팽팽하게 무게를 겨루는 가운데서 완전히 깔끔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한 편에 대해 분노를, 다른 한 편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함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담은 이 글은 연민과 용서, 혹은 거친 반론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무엇이든, 그는 아마 피해갈 마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칠순의 야구광이 야구장 밖에서마저 감당해야 할, 고된 싸움을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마음이 많이 무겁다.


김은식 작가






Posted by vrea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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